
그 여름, 공기까지 찍고 싶었던 순간이 있나요. 매미 소리가 쏟아지던 골목, 소나기가 지나간 뒤의 냄새, 축제의 불빛이 번지던 밤 사진엔 담기지 않던 그 공기를, 필름 한 롤에 감았습니다. 화면을 옆으로 쓸면 계절이 바뀌고, 셔터를 지그시 누르면 영상이 흐릅니다. 당신은 그 순간만 바라보면 됩니다. ■ 필름 열 롤, 열 개의 여름 · 아침의 오니기리 — 이른 아침 편의점, 갓 사 온 오니기리처럼 담백한 빛 · 안개 낀 하코네 — 온천 김과 산안개가 섞인 뿌옇게 부드러운 아침 · 한낮의 후쿠오카 — 구름 한 점 없던 정오, 하카타 골목의 쨍한 빛 · 오키나와의 푸른 바다 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던 한여름 · 아라시야마의 이끼정원 — 대나무 그늘 아래 겹겹이 쌓인 초록 · 비 온 후 교토 — 비에 씻긴 돌바닥, 차분하게 가라앉은 골목 · 복숭아빛 오카야마 — 복숭아처럼 발그레하게 물들던 오후 · 노을 진 도쿄 — 빌딩 사이로 번지던 주황빛 하늘 · 여름밤 요코하마 — 항구의 불빛이 스며드는 파란 밤 · 심야의 오사카 — 네온이 켜진 도톤보리, 깊고 진한 새벽 지난여름의 사진에도 같은 필름을 입힐 수 있어요. 그날의 기록이, 그날의 공기를 되찾도록. 여행에서, 일상에서. 올여름의 기록이 조금 더 여름다워지도록.